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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5. 3. 10:02 리뷰/영화 리뷰

저예산 영화라고 하면 눈요기거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이지만 독립영화와 같은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는 아니어도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가 관람객들의 마음을 씻어 줄 거리가 많은 영화들이 적지않다.  마이 블루베리 나이트도 그러한 영화 중 하나이다.  섹시 가이로 이름이 난 주드로와 리듬앤 블루스 음악의 신데렐라인 로라 존스가 주인공역을 맡고 있다.  미이라 시리즈와 콘스탄틴 등의 영화에 출연하여 섹시 미인이라는 평을 받은 레이첼 와이즈(Rachel Weisz)의 섹시한 모습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레옹의 마틸다로 역을 담당하였던 소녀에서 이제는 성숙한 여인이 된 나탈리 포트만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동사서독, 화양연화, 중경삼림과 같은 수작을 만들어낸 왕가위 감독의 영화라는 점 때문이었다.  왕가위 감독의 자제된 현란한 카메라 웍 속에서도 독특한 앵글을 만들어내고 조용하면서 의미있는 잔잔하면서도 따스한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또 하나의 수작을 창조해 냈다.   


사랑의 상처를 품고사는 남자와 실연당한 여인의 만남 그리고 기다림의 미학
작은 카페를 운영하면서 사랑과 이별이라는 과거를 가지고 있는 제레미(주드로)는 실연을 당한 작은 체구의 엘리자베스(노라존스) 찾아온다.  전화를 걸어 어떤 남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던 엘리자베스가 가지게 되는 실연의 아픔을 제레미는 제 3자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지켜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러한 헤어짐은 그에게 낯선 현상은 아니고, 서로 헤어진 사람들이 맡기고 간 열쇠 꾸러미를 관리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가게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일을 일상처럼 반복하고 있는 것 또한 알고 있다.  그 열쇠들 속에는 자신을 떠난 연인이 되돌려준 열쇠도 마치 언젠가는 다시 찾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 속에 열쇠함에 담아두고 있는 사랑의 상처를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엘리자베스도 그녀가 받은 남자친구 집 열쇠를 제레미에게 맡겼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미련으로 제레미의 가게를 찾게 되고 자신과 같이 열쇠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듣는 것으로 저녁시간을 보내고, 그 속에는 제레미 자신의 열쇠도 있지만 통속에 넣어두고 옛 연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제 3자로써 아무런 감정과 이해가 없었던 두 사람은 실연의 아픔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지고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제레미가 자신의 열쇠를 찾지 않고 열쇠함 속에 넣어 두고 보관을 하는 것은 자신을 떠나갔던 바로 그 여인이 그 열쇠를 되찾아가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고, 카페를 팔지않고 붙박이 처럼 운영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가능성에 대한 실낫같은 희망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남녀가 헤어지게 되는 경우 자주 나오는 대사이면서 닭살 멘트인 "I'll find you"는 본의 혹은 저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단어이지만, 그러한 적극성이 가져오게 될지도 모르는 엇갈린 우연이라는 아주 작은 확율 조차도 상실하기 싫어하는 소극적이어서 더 적극적인 기다림을 제레미는 선택한 것이다.  자신을 떠나간 연인이 자신을 오랫동안 찾지 않더라도 자신이 있었던 곳에 남아있음으로 끊어질 듯한 인연의 끈을 잡고있는 기다림의 미학인 것이다.  기다리는 것(Wait for you)보다는 적극적이면서 항상 자신의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게 해 주는(You know where I am)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이면서 위안감을 줄 수 있고, 희석된 감정의 불씨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장소를 지키는 역설적이지만 오히려 더 적극적인 기다림의 의지를 표현한다.  이러한 기다림의 미학은 다시 블루베리 파이로 상징화된다.  제레미가 그날 팔리지 않고 선반위에 올려진 블루베리 파이를 버리려고 하자 팔리지도 않는 음식을 왜 만드냐고 엘리자베스는 질문을 하고, 제레미는 진정으로 블루베리파이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즉 기다림의 미학과 "지음"의 도래라는 복합적인 상징으로 답을 한다.  버려질 운명에 놓인 파이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그것을 권하고, 권유에 따라 파이의 한조각을 주문하여 먹음으로 제레미는 또다른 기다림의 굴레 속으로 빠져들고 엘리자베스는 기다림의 미학을 맛보는 장본인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두 사람의 길고 긴 길들여짐의 여정과 기다림이라는 복선으로 작용을 하고 있다.   

상처로 부터의 도피, 회자정리 그리고 떠난 자리의 공허함
엘리자베스는 상처로 부터의 도피를 위해 자신의 환경에서 멀어지기로 결심을 하고 예정없이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난다.  회자정리.  모인 사람들은 헤어지는 것이 이치이지만 제레미와 엘리자베스는 부지불식간에 서로 길들이고 익숙해지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상처로 부터 도피를 하면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자신을 위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 위해 길을 떠난 엘리자베스는 제레미에게 편지를 하게 된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말하는 대상이 필요했고, 그것은 서로 익숙해지기와 길들이기에 들어선 사람인 제레미였다.  제레미 역시 엘리자베스에게 가지는 감정이 연민을 넘어 사랑의 감정이었다는 것을 말할 용기가 부족했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지만 결실이 없다.  "I will find you"라는 적극성이 결실을 얻지못하고 또 다시 그녀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안고 다시 기다림의 반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인간은 서로 웃고 즐거워해도 결국은 외로운 존재이고, 공허함을 안고 사는 존재이다.  누군가를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행복한 것이다.  하인리히 뵐의 소설에서 보여지듯이 쇼윈도우에 투영된 자신의 부인을 타인처럼 공허한 눈으로 바라보기 쉬운 것이 인간이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살아있는 이유와 살아갈 희망이 있다는 것이다.  제레미는 소식을 알려주는 편지 속에서 그녀의 모습을 읽어내면서 기다릴 사람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자신이 편지를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으로 서로를 익숙한 존재로써 만들어 가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블루베리 파이를 맛보았지만 그 블루베리파이가 자신을 매일 새롭게 변신시키면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느끼면서 여행을 계속한다.  엘리자베스의 여행은 끊임없는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었고, 일상 속의 사람들이 안고 사는 애정과 애증 사이의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와 신뢰와 기만 사이의 불합리함 속에서 합리성을 찾아나가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일방적인 사랑과 평행선을 긋고 있는 일탈, 부모와의 관계가 구속과 억압 이상의 것이 될 수 없다고 믿었던 사람의 심경변화 등을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일면을 배워나가면서 그녀를 최종적으로 어느 곳에나 데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동차를 구입할 자금을 조금씩 모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건 배팅에 성공하여 자신이 꿈에 그리던 자신의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기로, 거자필반 그리고 사랑으로 도피
자동차를 소유하였다는 것은 엘리자베스의 선택에 따른 기로에 서 있음을 의미한다.  더 멀리 상처로 부터 달아날 수도 있고, 언제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제레미와 이미 식어버린 사랑의 감정을 재확인하기 위해 혹은 사랑의 감정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그녀가 살아왔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이 제레미에게도 그의 기다림의 철학을 실현시켜주는 일이 발생하지만, 추억 속에 미화된 사랑의 감정이 재현되지도 않았고 그럴만한 시간이 주어지지도 않는다.  왠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제레미를 찾은 옛연인도 그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가 현실이었다는 것만을 확인하고 짧은 만남 후 떠나버린다.  역시 제레미에게도 추억 속의 사랑이 해체되고 새로운 기다림으로 자리가 메워져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하는 순간이었고, 옛연인이 그의 마음을 채워 줄 수 없다는 것과 사람에 대한 기다림은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예상하고 기대했던 수준의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여행을 시작했던 장소로 되돌아 와서 세를 놓고 있는 옛남자친구의 집을 바라보며 오히려 미소를 띄우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남자인 제레미의 카페에서 다시 기다림의 미학을 담은 블루베리 파이를 주문하고, 열쇠는 모두 원래의 주인이 아니라 그 열쇠를 맡겼던 사람들에게 돌려주었다는 제레미의 이야기를 들는다.  열쇠로 잊지못하는 사랑에 다시 돌아가든, 새로운 열쇠로 다른 방문을 열고 들어가든 그 열쇠를 처분해야 할 사람은 다름아닌 그 열쇠를 맡긴 사람들이 결국에는 처리해야 할 감정의 잔여물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맡겨놓을 수 있는 성질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해 준다.    결국 엘리자베스는 익숙하고 편안한 사람을 찾아 사랑으로 도피를 결정하고, 제레미는 타인이 안겨 준 부담들을 털어버리고 자신의 사랑을 향한 길을 찾으면서 조용한 결말을 내린다.

왕가위 감독이 만들어내는 독특하지만 반복되는 주제들
마이블루베리나이트는 중경삼림의 매혹적이면서 담담하고 평범한 사랑 이야기와 동사서독에서 보여주는 기다림의 미학과 숨겨진 인간사의 잔인함을 모두 담아내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화려하고 컬러풀하지는 않으나 담담하고 조용하게 스스로를 알아나가면서 세상에 대해 조금씩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의 사람다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지는 장점이다.  사족으로 귀여운 약한 남부 사투리를 쓰면서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노라존스와 영국식 영어의 맛깔스러움으로 다가서는 주드로를 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다. 

전인권의 새아침이라는 노래의 가사가 갑자기 생각나게 해주는 왕가위 감독의 또하나의 잔잔한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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