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 - 문화유산 전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찰
가끔 여행을 하다보면 한국인의 민도에 대해 의심스러운 일이 많다. 운전을 할 때에는 더욱 그런 경우가 많다. 페인트로 이름을 써 놓은 놈에서부터, 암각까지 해 놓으면서 찌질한 이름 남겨 놓은 놈까지 정말로 다양한 몰상식을 보여주는 예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당대의 명필이어서, 예술혼을 담아 암벽에 글을 남겼다고 해도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참으로 힘 드는데 듣도 보도 못한 찌질이들이 자연을 훼손해 놓은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 이런 인간들을 보면 전면적인 입산금지, 문화유산 반경 1Km내 접근금지를 시행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매일 법 위반하면서 잠입하여 사진을 찍을 테이고, 몰카전문가라는 이름을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믿음을 가지고 문화유산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
화엄사.
화엄사는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면 거의 다 문화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다. 국보, 보물, 지방 문화재, 천연기념물들이 이곳 저곳에 산재해 있는 국보급 고찰이다. 보통의 경우, 유물들에 대해서는 보존을 위해 성보박물관에 안치되거나 사람들이 훼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울타리를 높게 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이다. 보수 유지 공사가 있다고 하면 하나 둘씩 늘어나는 것이 울타리와 담장이다. 그러나 있던 울타리와 담장을 허물어 버린 곳이 다름아닌 화엄사이다.
신독을 모르는 찌질이들의 특징이 남들 앞에서 도덕군자 놀이를 하지만 혼자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위선적인 종자라는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고, 상식적인 문화시민들의 특징 또한 정확히 이해하고 유물전시를 하고 있는 곳이 바로 화엄사이다. 상식적인 문화 시민은 사회구성원으로써 의사전달을 하기 시작하면서 무엇이 금지된 것인지 어떤 것이 허용되고 있는지를 언어와 상징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배운 사람들이다. 현재는 거의 볼 수 없지만, 금줄이라는 것은 해가 될 수 있는 행위를 하지 말아달라는 상징적인 표상이고, 요즘은 장식이나 데코레이션으로 많이 사용되는 솟대 또한 행동의 수칙과 경계를 드러내는 표징이다. 작은 새끼 줄 하나와 기러기가 형상화된 길다란 막대가 의미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화엄사는 이러한 간단한 상징과 표상만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암시하는 구조로 유적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의 문화유산은 거리에 상관없이 시야를 가로 막는 방해물 없이 원형 그대로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다. 화엄사에서는 찌질이들에 대한 걱정보다는 문화시민에 대한 믿음과 신뢰로 이러한 역발상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정을 한 분이 주지스님인지 아니면 종무원 홍보담당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국보급 사찰이 괜한 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화엄사.
화엄사 각황전 보수공사 중으로 안전그물이 쳐저있는 상태입니다. 방문하실 분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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