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사의 창건자인 연기조사. 그가 인도에서 기구를 타고 내려왔다는 이야기가 진실이건 아니건, 연기조사의 활동 연대가 200여년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국적이 한국으로 바뀌건 바뀌지 않건 객관적인 내용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게다가 던져진 의구심을 확증할 내용도 없는 상황에 학문적 깜짝쑈를 한 것이라는 생각마져 들게하는 하찮은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10살 먹은 개똥이와 50살된 개똥이가 공존할 수 있고, 유명을 달리한 수세대 전의 개똥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사자삼층석탑에 진신사리가 모셔진 적멸보궁이 아니어도 좋다. 물론 가장 극적으로 어린 시절 깨달은 바가 있어 출가를 한 총명한 동승이 불교의 발원지인 인도에 가서 수학하면서 진기한 문명과 학문을 접한 뒤 기구를 타고 귀국을 하여 인도에서 직접 가지고 온 진신사리를 모시면서 화엄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면 "거짓말 같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겠지만, 그러한 이야기는 존재하지 않지만 아쉬워할 이유가 없다.
단지 이곳이 효대라는 것과 마음이 담긴 다공양을 하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족하다. 출가를 하여 궁극의 진리를 깨닫고 그것을 만세에 알리려는 뜻을 가진 사람이 인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사모하면서 애절하게 공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발걸음을 멈추고 오래도록 바라보게 만든다.
사사자 석탑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주변의 여건이 거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평소에도 하늘에 구멍난 사진을 두려워하는 사진사와는 달리 어중간한 회색하늘은 아예 날려버리기 위해 오버 익스포우즈를 해버리는 나로써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아이가 있어도 치성을 드리는 보살이 있어도 탑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사사자 석탑은 경주의 다보탑과 비견될 아름다운 석탑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을 보면 그 정교함과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세련미가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사사자석탑의 경우는 외형적인 세련미가 아닌 고민과 번민이 해소되는 내적인 아름다움으로 친숙함마저 느끼게 하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국내 최대의 석탑을 2개만 고르라고 한다면 화엄사의 사사자 삼층석탑과 감은사지 삼층석탑을 꼽는다.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할 석탑이 있는 화엄사, 꼭 한 번은 가 봐야할 아름다운 고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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